우리는 이야기를 어떻게 상상할까요?
오늘은 전래동화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먼저 글을 시작하기 전에, 잠시 한 장면을 상상해볼까요?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은 아이
이 글을 읽고 아이의 모습을 떠올려보세요.
머리카락의 색깔과 모양은 어떤가요?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요?
어떤 색깔과 모양의 옷을 입고 있을까요?
잠시 눈을 감고 머릿속으로 상상해봐도 좋고, 직접 그림을 그려보셔도 좋습니다.
이제 ‘백설공주’를 떠올려보세요.
처음에 상상했던 아이의 모습과 백설공주의 이미지를 비교해봤을 때, 그림이 같은가요?
사실 ‘눈처럼 희고, 피처럼 붉고, 흑단처럼 검은 아이’라는 표현은 백설공주 원전에서 백설공주를 묘사한 부분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백설공주’의 이미지를 떠올려보라고 했을 때, 그 모습은 어떤가요?
아마 대부분 비슷한 모습의 백설공주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우리가 이미 그림책이나 애니메이션을 통해 본 백설공주의 모습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백설공주를 한 번도 그림으로 본 적이 없었다면 아마 사람마다 조금씩 다른 백설공주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같은 이야기를 듣고도 서로 다르게 해석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또 같은 설명을 듣고 그림을 그려도 사람마다 전혀 다른 그림이 나오기도 합니다.
사람마다 살아온 경험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마음속에 가지고 있는 이미지와 정신세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언가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상상하고 이해합니다.
전래동화의 이야기를 생각할 때도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합니다.
전래동화에는 반복되는 요소가 있습니다.
전래동화를 읽다 보면 재미있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1. 왜 첫째는 항상 욕심이 많고 심술궂을까요?
(흥부와 놀부, 콩쥐팥쥐, 홀레 할머니 신데렐라 등)
2. 전래동화에는 왜 동물이 자주 등장할까요?
(팥죽할머니와 호랑이, 호랑이와 곶감, 해와 달이 된 오누이 등)
3. 왜 결말에는 왕자와 공주의 결혼으로 끝나는 것일까요? 왕자와 결혼하면 모두 행복한 것일까요?
4. 전래동화에 자주 등장하는 숫자에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세번의 기회, 세가지 소원 등)
물론 여기에 딱 하나의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하나씩 생각하다 보면 전래동화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것들에 대해 본질적인 의미를 발견하게 됩니다.
특히 동서양의 전래동화에는 그 민족이 오랜 시간 살아오면서 경험한 삶의 모습과 지혜가 담겨 있습니다.
전래동화에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문제가 등장합니다.
선과 악, 절망과 극복, 슬픔과 행복, 갈등과 화해, 삶과 죽음, 가족 간의 문제……
그리고 주인공은 그 문제를 피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떠나 해결해 나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옵니다.
떠남과 시련, 극복과 성장, 그리고 돌아옴.
이러한 과정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여러 가지 삶의 문제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전래동화를 들려준다는 것은 단순히 옛날이야기 한 편을 들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전래동화를 들려주는 것은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근원적인 지혜와 삶에 대한 의지를 이야기 속에 담아 전달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래동화는 ‘보여주기’보다 ‘들려주기’가 중요합니다.
이야기는 그림책으로 먼저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마음속에 장면을 만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우리가 백설공주를 떠올려본 것처럼,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사람마다 마음속에 그려지는 모습은 다릅니다.
누군가에게 백설공주는 긴 금빛 머리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짧은 머리의 공주일 수도 있습니다.
옷의 색깔도, 얼굴의 모습도, 표정도 모두 다를 수 있습니다.
소설이나 웹툰이 영화로 만들어졌을 때,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했던 주인공과 실제 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이 달라 실망했던 경험도 있을 것입니다.
내가 이미 마음속에 나만의 이미지를 만들어두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을 먼저 보여주면 아이가 이야기를 들으며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는 상상의 공간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전래동화를 소개할 때에는 그림책을 먼저 보여주기보다, 먼저 충분히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이야기를 충분히 들려준 후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는 교실에 여러 출판사의 그림책을 함께 놓아주는 것이 좋습니다.
같은 《심청전》이라도 출판사에 따라 글과 그림이 다르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여러 버전의 그림책을 접하게 하면 아이들은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른 모습으로 표현한 다양한 장면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자신의 상상과 다른 사람의 상상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됩니다.
결국 전래동화를 들려준다는 것은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자기 안에서 그려볼 시간을 주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실제 교실에서는 전래동화를 어떻게 들려주면 좋을까요?
다음 글에서 전래동화를 어떻게 선택하고 들려주고 있는지, 실제 현장의 사례를 소개해보겠습니다.
<한번 읽어보면 좋을 자료>
- 오수경·박혜원(2010). 동화 제시 유형이 유아의 상상력에 미치는 영향. 인지발달중재학회지, 1(1), 103-124.
- 이연승·김정남(2011). 동화구연을 활용한 옛이야기 들려주기 활동과 유아의 언어표현력 및 사고력과의 관계에 대한 탐색적 연구. 어린이미디어연구, 10(3), 19-36.
- 장정호(2013). 한국 전래동화의 교육학적 이해: 옛 이야기의 교육적 기능과 의의를 중심으로. 교육사학연구, 23(2), 13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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