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한테 꼭 존댓말을 써야 하나요?"
기계를 대하는 우리 아이의 태도, 인공지능 시대의 새로운 '인성 교육'
(부제: 유아기 발달 이론과 AI 윤리로 풀어보는 로봇 예절의 비밀)

1. 기계를 대하는 '예의'의 필요성?
"시리야, 이것 좀 해봐!", "기가지니, 시끄러워 꺼!" 집과 교실에서 AI 비서나 인형 로봇에게 거칠게 명령하는 유아의 모습을 보았다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감정이 없는 기계이니 마음대로 대해도 상관없을 것 같지만 한편으로는 유아 인성에 나쁜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서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습니다.
2. 피아제(Piaget)의 '물활론'과 '행동의 습관화'
가. 발달적 특성(물활론)
유아기는 세상 모든 존재에 생명과 감정이 있다고 믿는 '물활론(Animism)적 사고'를 하는 시기입니다. 아이들에게 인공지능 로봇은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말이 통하는 특별한 또는 정서적 친구'일 수 있습니다.
나. 학습의 전이(Transfer)
MIT 미디어랩을 비롯한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기계를 향해 거칠게 명령하고 소리치는 습관은 인간 관계(친구, 부모, 교사)에서의 언어 습관으로 그대로 전이될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참고)
가. 실제 연구 사례
MIT 미디어랩의 스테파니아 드루가(Stefania Druga), 랜디 윌리엄스(Randi Williams) 등은 2017년 "Hey Google is it blank?: How children interact with voice assistants"라는 연구를 통해 아이들이 AI 스피커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분석했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기술 심리학자인 MIT의 셰리 터클 교수는 자신의 저서와 연구를 통해 "기계와 대화할 때 우리는 감정적 마찰이나 배려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계를 향해 명령하고 통제하는 것에 익숙해진 아이들은 실제 인간관계에서도 타인을 통제하려 들고 공감 능력을 잃을 수 있다"고 강력하게 경고했습니다.

나. 학술적 개념: 스필오버 효과 (Spillover Effect / Transfer)
심리학과 교육학에서는 이를 '행동의 전이(Transfer)' 또는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 파급 효과)'라고 부릅니다. 기계는 아이가 "야, 노래 틀어!", "시끄러워, 꺼!"라고 무례하게 명령해도 화를 내지 않고 즉각적으로 복종합니다. 이처럼 '무례한 명령'에 대해 '즉각적인 보상(작동)'이 주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뇌 발달이 진행 중인 유아들은 '이러한 권위적이고 일방적인 언어 습관을 친구, 부모, 교사와의 상호작용에도 그대로 전이(사용)하게 된다.'는 것이 아동 심리학계의 공통된 지적입니다.
나. 국내 연구 동향(육아정책연구소 및 교육학계)
국내에서도 AI 스피커 보급률이 높아지면서 육아정책연구소 및 유아교육 학계에서 동일한 우려와 연구 지침을 내놓고 있습니다. 유아 대상 AI 교육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를 단순한 기계 장치로 이해하게 하는 것(AI의 한계 인식)과 별개로 "AI 기기와 대화할 때도 바르고 고운 말을 사용하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을 디지털 시민성(Digital Citizenship) 교육의 필수 요소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기계의 인권을 존중해서가 아니라 아이 자신의 올바른 언어 및 사회성 발달(인간관계로의 전이 방지)을 위해서입니다.
출처1) 아동중심 AI 기술의 미래의제 도출 연구 (육아정책연구소, 이윤진 외 / 2023년 발간)
https://repo.kicce.re.kr/handle/2019.oak/5907(원문 다운로드)
Repository for KICCE: 아동중심 AI 기술의 미래의제 도출 연구
아동중심 AI 기술의 미래의제 도출 연구
repo.kicce.re.kr
출처2) 미래환경대응 유치원·어린이집 조성방안 연구(Ⅱ): 영유아교육분야 SW·AI 활용방안 (육아정책연구소, 박창현 외 / 2023년 발간 )
https://repo.kicce.re.kr/handle/2019.oak/5554(원문다운로드)
Repository for KICCE: 미래환경대응 유치원·어린이집 조성방안 연구(Ⅱ): 영유아교육분야 SW·AI 활용
미래환경대응 유치원·어린이집 조성방안 연구(Ⅱ): 영유아교육분야 SW·AI 활용방안
repo.kicce.re.kr
출처3) 인공지능 스피커 활용 활동이 유아의 상호작용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에 미치는 효과(한국열린유아교육학회, 유구종, 김소리 / 2021년)
인공지능 스피커 활용 활동이 유아의 상호작용과 창의적 문제해결력에 미치는 효과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에서 제공하는 학술연구정보서비스(RISS)
www.riss.kr
3. "AI 비서가 아이들을 무례하게 만든다?"
가. 해외 연구 및 외신
미국의 유아 교육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비서(알렉사, 시리 등)가 아이들의 모든 명령을 군말 없이 들어주는 특성 때문에 유아가 타인을 대할 때도 명령조로 말하는 조급함과 무례함을 배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따라서 로봇에게 예의를 갖추게 하는 것은 로봇의 권리를 존중해서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공감하고 존중하는 언어 습관'을 유지하기 위함입니다.
4. '존재론적 구분'과 '행동의 예의'를 동시에!
가장 올바른 AI 윤리 교육은 기계와 사람을 명확히 '구분'하되 '예쁘고 매너있는 말'을 쓰는 태도를 기르는 것입니다.
가. 인식 심어주기
로봇은 마음이 없는 '기계'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줍니다. (존재론적 구분)
나. 태도 지도하기
하지만 멋진 어린이로서 다른 존재에게 늘 고운 말을 사용하는 '습관'의 가치를 가르칩니다. (태도의 가치)
5. 실전 지도법!
❌ 기계를 사람처럼 대하게 하는 설명 (지양해 주세요)
"너 그렇게 말하면 로봇이 슬퍼서 눈물 흘려. 로봇 마음 아프니까 예쁘게 말하자."
👉 유아에게 존재론적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 아이의 태도에 집중하는 설명 (이렇게 말해주세요)
"OO아, 로봇은 마음이 없어서 슬퍼하진 않아. 하지만 우리 OO이는 언제나 고운 말을 쓰는 멋진 어린이잖아? 로봇에게도 '부탁해', '고마워'라고 예쁘게 말해보는 건 어떨까?"
"이 똑똑한 로봇을 만들어준 과학자 삼촌, 이모들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하며 고맙다고 인사해 주자!"
6. AI 시대의 윤리, 결국 '인간'.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성 교육의 본질은 변하지 않습니다. 기계를 향해서도 다정함을 잃지 않는 유아는 현실 세계에서 사람과 자연을 대할 때도 깊은 공감 능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기계가 중심이 되지 않도록 따뜻한 인성으로 기술을 다스리는 아이! 진짜 AI 윤리 교육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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